혹시 저희 뉴스레터 인스타, 구독하셨나요? 안 하셨다면 참 아쉽습니다. 지난 주 인스타에 올라간 고전 큐레이션의 주제가 참 흥미로웠거든요!!! 🤪 바로 '가능'을 느끼는 고전 속 캐릭터들이었는데요.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혹시 '가능 케이크' 들어보셨어요?
친구들과의 홈파티에서 하는 놀이로 커뮤니티에서 유행을 탄 적이 있죠 (이미지 출처 @jinbadolbo 진돌작가 님 인스타) 어떤 대상에 매력을 느끼고 연애, 혹은 그 이상을 가능하다고 느끼는 캐릭터들, 인물들을 고백하면서 하나씩 그 캐릭터가 그려진 초를 꼽으며 케이크를 꾸미는 거에요! 뭔가 남들에게 말하긴 부끄럽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취향인...... 아시겠죠? 🤤
이런 남들에게 말 못할 취향의 이야기가 고전문학에도 있을까요? 있습니다. 저희 밑줄 레터의 구독자 분들은 다들 성인이실거라고 믿고, 화끈한 어른들 이야기를 들고 왔답니다. (청소년 구독자시라면 뒤로가기 🔞🙅♀️)
모피를 입은 비너스 I 을유문화사 I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여왕님 캐릭터의 시조새, 기존의 권력, 욕망, 지배관계를 과감하게 전복시킨 소설
주인공 제베린은 아름다운 반다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자신을 노예처럼 다뤄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는 반다에게 모피를 입고 자신을 지배해달라고 하며 둘은 실제로 주인과 노예의 계약까지 맺죠. 처음에는 세베린의 판타지였지만, 반다가 점점 더 냉혹한 ‘폭군’의 역할에 몰입하면서 관계는 현실적인 질투와 굴욕으로 변해갑니다. (작가 자허마조흐와 그의 연인이었던 파니 폰 피스트르와의 실제 관계를 모티브로 만든 소설이랍니다...? 실제로 그들 사이엔 주종관계를 명시하는 계약서가 있었다고 합니다. 🙀❤️)
이 소설을 쓴 작가의 이름에서 따와, 1886년 리하르트 폰 크라프트에빙이 ‘마조히즘’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입부만 읽었을 때는 ‘이런 엄한 소재가 어떻게 고전문학......?' 싶었어요. 고전에는 정말 모든 것의 원조가 있구나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읽을수록 소재의 자극성보다 유려한 문체에 매력을 느꼈는데요. 철학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이 많아 계속 밑줄을 긋게 되었고, 특히 제베린의 환상을 상징하는, 이 책의 제목인 ‘모피를 입은 비너스’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부드러운 곡선의 비너스상에 권력의 상징처럼 크고 두꺼운 모피가 걸쳐진 모습을 표현한 대목을 보면서, 그의 취향에 공감하지 않으면서도 그 욕망과 감정에는 압도되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이 작품은 근대 산업화라는 이성 중심적 세계를 거부하고 본능과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낭만주의적 욕망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가부장적 사회의 남녀 권력 관계를 과감하게 뒤집은 작품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중요한 것은 인간이 감추고 싶어 하는 욕망을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냈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카프카가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말했듯, 이성을 맹신하는 인간의 은밀한 내면을 파격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문학이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