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디터 체호프의 밑줄
이번 밑줄은 사실 책 속에 등장하는 문장은 아닙니다. 알베르 카뮈가 불어로 써서 보내준 미국 번역판의 작가 서문인데요. 작품의 핵심을 너무나 완벽하게 요약한 문장이라, 『이방인』을 읽기로 결심하신 분이라면 이 문장을 기억해두시면 좋을 것 같아 이번 밑줄로 소개하게 되었답니다.😎
저도 『이방인』을 이전에 읽어본 적은 있지만, 이런 작가의 서문이 실린 판본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이방인의 재독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철학 이야기가 바로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였는데요.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사회가 무엇을 ‘정상’이라고 규정하고, 그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을 어떻게 비정상적인 존재로 분류하고 배제해왔는지를 살펴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광기 그 자체만이 아니라, 누가 무엇을 정상이라고 결정하는가라는 질문이죠.🧐
뫼르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으레 사람들이 기대하는 방식으로 슬퍼하지 않습니다. 울지도 않고, 장례 다음 날에는 수영을 하고 영화를 봅니다. 우리의 상식에 기대어 바라보면 그는 마치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실제 재판에서도 뫼르소가 저지른 살인만큼이나 이런 행동들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왜 울지 않았는지, 왜 장례 다음 날 여자와 영화를 보러 갔는지가 그의 인간성을 판단하는 증거가 됩니다.
결국 재판은 점점 ‘그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가’에서 ‘그는 어떤 인간인가’로 이동합니다.🤨
푸코의 관점을 빌려 보자면, 이 순간 법정은 뫼르소에게 묻고 있는 셈입니다.
“너는 왜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인간처럼 슬퍼하지 않는가?” ‘정상’이라는 기준이 한 인간을 어떻게 판단하고 배제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카뮈가 그려낸 뫼르소의 재판도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런 순간 때문에 고전문학은 여러 번 읽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한 작품을 읽을 때 철학과 역사, 사회에 대한 배경지식이 쌓여 있으면, 예전에 그냥 지나쳤던 문장이 어느 날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히기도 하거든요. 고전은 한 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내가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새로운 재미가 쌓이는 것 같아요,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꺼내보시는 건 어떠세요? 다른 시선으로 보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