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드디어 장안의 화제작,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오디세이>를 보고 왔습니다. 님도 보셨나요? 지난 메일에서는 오스틴 에디터가 『오뒷세이아』의 밑줄을 소개하기도 했죠.🏹
같은 신화라도 누가, 어느 시대에 다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된다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번 놀란 감독의 해석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해석이라고 느꼈습니다 궁금하다면 영화관으로! 😄)
신화에는 사랑과 복수, 모험과 귀환처럼 지금까지도 수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의 원형이 담겨 있다보니 수천 년 전 이야기인데도 배경을 현대로 옮기거나 새로운 시선을 더하는 순간, 또 다른 이야기가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현대의 많은 이야기들의 원재료 같은 역할을 한달까요?
여기까지 읽었을 때 이번 밑줄이 어떤 작품인지 슬슬 예상이 가시나요? 『오뒷세이아』에 흥미가 생겼다면, 이번에는 20세기의 오디세우스를 만나볼 차례입니다.📚
율리시스 I 제임스 조이스 I 문학동네
고대 그리스의 영웅 율리시스가 1904년 아일랜드에 태어났다면?
고대의 오디세우스가 10년 동안 바다를 헤매며 고향 이타카로 돌아갔다면, 1904년 아일랜드의 ‘율리시스’ 레오폴드 블룸은 단 하루 동안 더블린의 거리를 헤맵니다.
괴물도, 신도, 거대한 전쟁도 없습니다. 대신 출근하고, 밥을 먹고, 술집에 들르고, 온갖 생각에 빠지는 평범한 현대인의 하루가 한 편의 대서사시가 되죠. 원전에서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찾아 나서는 아들 텔레마코스는 가족과 종교, 자신의 삶에 혼란을 느끼는 젊은 지식인 스티븐 디덜러스로 바뀝니다. 서로 다른 이유로 더블린을 떠돌던 두 사람이 하루의 끝에서 만나며, 조이스만의 현대판 『오디세이아』가 완성됩니다.🚶♂️
(*율리시스(Ulysses)는 고대 그리스어인 오디세우스(Odysseus)를 라틴어식으로 옮기면서 변한 명칭인데요, 자연스럽게 영어권에서도 이렇게 고착되었답니다.)
완독한다면 누구에게든 자랑해도 좋을 벽돌책, 올해 제대로 된 고전 한 권에 도전하고 싶다면 펼쳐보세요👊
제가 오디세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오디세우스가 저승으로 내려가 망자들에게 피를 먹이고, 트로이 전쟁에서 죽은 영웅과 적군들, 그리고 부하들을 다시 만나는 부분입니다. 승리한 영웅이 전쟁으로 희생된 이들과 마주한다는 점에서 이야기의 중요한 대목으로 느껴졌거든요.✒️
『율리시스』의 6장 〈하데스〉에서는 이 장면이 더블린의 공동묘지로 옮겨집니다. 블룸은 묘비를 바라보며, 한때 자신처럼 이 도시를 걸었을 죽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많은 율리시스 작품의 연구에서 이 장면을 아일랜드의 대기근과 식민지 경험, 민족주의의 기억과 연결해 해석하는데요. 즉 신화 속 ‘망자들의 나라’가 수많은 죽음과 이별의 기억을 품은 현대 아일랜드의 풍경으로 바뀐 셈이죠. 👀
물론 『율리시스』는 아일랜드와 영국의 역사·종교·문학적 배경지식에 의식의 흐름이라는 조이스 작가의 문체 실험까지 더해져 악명 높은 벽돌책입니다.📖 저 역시 예전에 1권을 붙들고 있다가 포기한 전적이 있고요...😅
하지만 놀란이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그려냈듯, 우리도 모든 정답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이 신화를 어떻게 20세기의 이야기로 바꿨을까?'를 따라가 보면 어떨까요? 신화의 원형이 어떻게 변했는지 비교해 읽다 보면, 이 난해한 책 자체가 꽤 근사한 모험이 될지도 모릅니다. 🛶